곰팡이의 습격, 지구 재앙 부르나
조홍섭 2012. 4. 21
전세계 개구리 500종 항아리곰팡이 감염…박쥐, 꿀벌, 물고기 등 확산
기후변화, 세계화, 생태계 훼손으로 곰팡이 기승 여건 조성
미야자키 하야오의 장편 애니메이션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는 산업문명이 붕괴한 뒤 곰팡이가 지배하는 세계가 나온다. 거대한 곰팡이 숲에서 피어오른 포자가 방사능과 독성물질에 오염된 세상을 눈처럼 휘날리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그곳을 부패의 바다, 곧 ‘부해’라고 작가는 불렀다. 바로 균류의 세계이다.
곰팡이, 버섯, 효모로 이뤄지는 균류는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그리고 박테리아와도 구별되는 독립된 왕국을 이룬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의 쏙쏙 들어오는 설명을 듣자면 “낯짝의 버짐, 발가락 사이의 무좀, 이불이나 책갈피에 피는 곰팡이나 가을 송이가 다 한통속”이다.
균류는 죽은 생물체 등 유기물을 분해해 식물이 섭취할 수 있는 무기물로 만들어 자연의 순환고리를 이어 주는가 하면, 발효와 약용물질 생산 등 인간을 위해서도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다. 하지만 균류가 지닌 무서운 얼굴을 잊어서는 안 된다. 병원성 곰팡이가 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균류는 식물도 동물도, 박테리아도 아닌 커다란 생물 왕국을 이룬다.
사진은 균류의 하나인 독그물버섯이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네이처> 최근호는 매슈 피셔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 박사 등의 논문을 ‘곰팡이 공포’란 제목의 표지기사로 실었다. 연구진은 지난 20년 동안 세계적 추세를 분석해 곰팡이 감염병이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를 합친 것보다 동식물과 생태계에 더 큰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곰팡이는 해마다 쌀, 밀, 옥수수, 감자, 콩 등 주요 작물 1억2500만t의 수확 감소를 초래하고 있는데, 이는 6억명이 먹을 식량이다. 연구진은 만일 5대 작물이 동시에 곰팡이로 인한 타격을 입는다면 그 피해는 9억t에 이를 수 있으며 이는 42억명이 굶주리는 세계적 기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실 곰팡이가 식물에 얼마나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지는 19세기 아일랜드에서 1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감자 질병, 20세기 들어 영국에서만 2500만그루의 느릅나무를 고사시키는 등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큰 피해를 준 네덜란드느릅나무병의 사례에서 극적으로 드러난 바 있다.
동물도 재앙을 비켜가지 않음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개구리 등 양서류의 피부에 감염돼 죽음에 이르게 하는 ‘항아리곰팡이’는 1997년 처음 발견된 이래 세계 54개국 500종에 번져 생태계 자체를 흔들고 있다. 세계의 모든 양서류 종의 절반이 이 곰팡이 때문에 감소하고 있고 중앙아메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양서류 종의 약 40%가 사라졌다. 우리나라에서도 개구리의 약 8%가 이 곰팡이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아미곰팡이에 감염된 개구리. 사진=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외래종 연구 센터.
▲항아리곰팡이에 감염돼 떼죽음한 개구리.
사진=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외래종 연구 센터.
병원성 곰팡이는 개구리뿐 아니라 꿀벌, 바다거북, 산호, 가재, 물고기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곰팡이는 생물 멸종을 초래하는 병원체의 70%를 차지한다. “우리는 ‘부패자’가 승리자가 되는 세계로 향하고 있다”는 피셔 박사의 우울한 예언은 ‘나우시카’의 부해를 떠올리게 한다.
사실 곰팡이는 약 2억5000만년 전 지구 최대의 생물 멸종 사태 때 세계의 숲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역이기도 했다. 시베리아를 형성한 대규모 용암 분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쇠약해진 방대한 침엽수림은 썩음병곰팡이의 공격에 맥없이 무너졌다.(■ 관련기사: 고대 숲의 종말 이끈 것은 곰팡이었다)
병원체가 아무리 독성이 심해도 숙주를 멸종으로 몰아넣지는 않는다는 것이 생태계 원리이다. 감염 대상이 드물어지면서 병원체의 확산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팡이는 다르다. 워낙 번식력이 높아 숙주의 밀도가 떨어지기도 전에 거의 모든 개체를 감염시킬 수 있다.
곰팡이의 포자는 어디에나 있다. 버섯 하나가 흩날리는 포자만 해도 지구의 인류보다 많다. 잔나비불로초란 버섯이 6개월 동안 생산하는 포자를 다 합치면 5조 4000억 개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포자는 어떤 악조건도 견뎌낸다.
문제는 병원성 곰팡이가 기승을 부릴 환경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후변화와 세계화에 따른 교역과 이동의 증가는 감염 기회를 늘린다. 또 생태계 교란으로 신종 감염성 곰팡이가 진화할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균류는 죽음의 얼굴과 부활의 얼굴 모두를 갖고 있다. 어느 쪽이 드러날지는 인류에 달려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C Fisher et al. "Emerging fungal threats to animal, plant and ecosystem health." Nature, 12 April 2012. DOI 10.1038/nature10947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병겁괴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의 친일파 양성계획 (1) | 2018.06.17 |
---|---|
베이킹소다 (식소다)의 놀라운 효능 (펌) (0) | 2015.05.19 |
5억만 남기기, 인류말살 프로젝트 (동영상) (0) | 2013.12.06 |
사람 `뇌` 갉아먹는 기생충, 충격 (0) | 2012.05.21 |
인류의 30%가 기생충에 의해 조정당한다 (0) | 2011.11.06 |
도교의 삼시 구충 오시 (0) | 2011.01.09 |
숙변 제거를 위한 마그밀요법 (0) | 2010.02.22 |
신종플루 발병 현황 - 2010년 3월 5일 (0) | 2010.01.15 |
(펌) 신종플루 의심환자 체험담 (0) | 2009.10.29 |